프린터 위치를 바꾸고 회의 준비 시간이 줄어든다


지난 3월 첫 주, 오전 9시 회의 준비를 하던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사무실 2층 모서리에 있는 소형 회의실 문을 닫고 의자를 정리한 뒤, 인쇄물을 챙기려고 서둘렀다.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내려가 공용 프린터 앞에 섰다. 그 공간은 복도 끝, 부서 칸막이 사이에 있어 왕복 동선이 길었다. 인쇄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가 오고, 동료가 문을 두드려 회의 시작 시간이 미뤄졌다. 이 장면이 주중에 여러 번 반복되었다.

문제는 반복되는 작은 시간 손실이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마다 프린터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생겼고, 한 번에 한 사람만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어 대기열이 생겼다. 인쇄가 지연되면 회의 자료를 손에 쥔 채 자리를 옮겨야 했고, 회의 시작 시점에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 나오게 됐다. 회의 준비에 들어간 총 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겹치며 일정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는 걸 확인했다.

우선 내가 한 일은 실제 동선을 측정한 것이다. 회의실에서 프린터까지 걸어서 평균 90초, 왕복 3분이 걸렸다. 회의 준비 과정에서 프린터 왔다 갔다가 2회 반복되는 상황이 잦아, 실무상으로는 회의 시작 전 6분이 소요됐다. 여기에 대기 시간과 프린트 오류로 인한 재시도까지 더해지면 10분 이상 지체되는 날도 있었다. 이 수치가 모이면 한 달 동안 여러 회의를 합쳐 꽤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업무 동선(動線)의 의미
동선은 사람이 이동하는 경로를 뜻하며, 사무 공간에서의 이동 시간 최적화는 반복되는 작은 이동이 누적되어 발생하는 시간 손실을 줄이는 데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동 거리·시간을 줄이면 회의 준비와 정시 시작률이 개선되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8F%99%EC%84%A0
회의실 문 앞 복도에 설치된 공용 프린터와 그 앞에서 기다리거나 통화 중인 사람들

다음으로 실행한 것은 배치 변경 제안과 소규모 재배치였다. 시설팀과 일정 조율을 통해 프린터를 회의실 바로 바깥 복도로 옮기는 안을 마련했다. 장비 전원과 네트워크 연결을 점검하고, 종이 보관함과 스테이플러, 명찰 보관함 등을 프린터 근처로 함께 배치했다. 이동 작업은 주말에 이루어졌다. 이동 전후로 인쇄 품질과 네트워크 인쇄 테스트를 직접 해보고, 주변 동선을 좁히지 않도록 프린터 위치를 약간 안쪽으로 조정했다.

이후 변화는 즉시 나타났다. 회의 시작 전 자료 출력과 배포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이뤄졌다. 회의 주최자는 회의실 책상에 앉아 마지막 버전 파일을 전송하고, 서류를 정리한 뒤 바로 배포했다. 대기열이 거의 사라졌고, 인쇄 오류가 나와도 즉시 대응할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회의 준비에 걸리던 시간은 이전보다 4~6분 줄었다. 이 시간은 회의 시작 시점의 안정감으로 연결되었다. 회의 참석자들이 제자리에 앉아 자료를 펴는 빈도가 높아졌고, 회의가 정시에 시작되는 횟수가 증가했다.

회의실 책상에 앉아 회의 자료를 최종 전송하고 정리하여 바로 배포하는 모습

작은 추가 조정도 했다. 프린터 주변에 간단한 사용 지침을 붙여 새 용지 보충 방법과 기본적인 오류 처리 절차를 안내했다. 잦은 복사 작업을 하는 부서에는 미리 예비 종이를 배치해두었고, 중요한 회의 전에는 테스트 인쇄를 한 번 더 해보는 습관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직접 행동으로 옮긴 부분이 많았다. 장비 이동을 제안하고, 네트워크 점검을 함께하고, 사용 가이드를 손수 적어 붙였다.

회의실 주변의 사용 빈도가 높은 물건과 장비는 실제 동선을 기준으로 배치해보자. 결과적으로 회의 준비 방식이 바뀌었다. 회의 시작 직전 분주하게 복도를 오가던 모습이 줄어들었고, 짧은 인쇄 대기 시간 때문에 회의를 미루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작은 동선 조정 하나가 일상적 업무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뒤, 비슷한 문제가 있는 공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하게 되었다. 회의실 주변의 사용 빈도가 높은 물건과 장비는 실제 동선을 기준으로 배치해보자는 실천이다.